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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스케치

서울 용마-아차둘레길과 만화 '바보'

by 얄라셩 2019. 2. 14.

나무 하나 외롭게 서있다.

그런데 그 나무를 받치고 있는 흙은....

그냥 흙이 아니라 성벽을 이루던 돌이었다.

그 돌이 바스라지면서도 버티고 있다.

 

그 나무 아래로 난 좁은 길...

저 멀리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

저 나무와 성벽을 끼고 그 옛날 삼국의 병사와 장군들이 거닐었을

아차산성이다.

 

 

서울 한 도심판에서

지금으로부터 1500년도 더 오래된 고구려, 백제, 신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파헤쳐 없애지 않았으니...

 

고구려 보루를 보러 가는 길에서 나는

성벽을 잘 쌓는 민족이란 뜻의 고구려의 흔적을 만난다.

 

고구려 보루

 

높지 않은 산 정상과 부근에 보루를 설치해 둠은 한강과 이 이남, 이북을 뚫어지게 바라보기 위함이다.

한강....

삼국시대... 한강을 차지한 나라가 가장 강한 나라였단다.

백제가 가장 먼저, 그다음이 고구려, 그리고 마지막 백제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한강을 뺏은 신라...

한강이 뭐 그리 중요했을까 싶었다.

중요하였더라... 한강은 먹고 살기에 가장 좋았겠지.. 그리고 국가의  힘을 키울 수 있는 터전이 되는 강이었다.

동에서 서로 흘러 중국과 통하고 왜와 기타 여러 민족과 통상을 할 수 있으니... 문화와 경제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통하여 발전시킬 수 있는 곳... 한강...

보루에서 그리고 적과의 싸움에서 유리하게 치를 앞에 두고 그 옛날을 그려본다.

삼국  모두 먹고 살기 위한 싸움의 연속이었겠지....

지금 세계의 나라와 다를 바 없음을 이제는 안다. 

 

 

 

용마산에서 아차산으로 가는 서울 둘레길을 걸으면서도

여전히 느끼는 건...

인간들이 아무리 땅을 정복하고 개발한다고 하지만

산 위에서 인간 세상을 보면...

인간이 산을 극복한게 아니라

산이 인간에서 살 곳을 내어준 것이리라...

산이 내어준 것이다.

 

 

어느 추운... 마음 무거운 날에 걸었던

서울 둘레길 용마산-아차산 구간...

마음 무거우면 걸어보시라... 숨이 제대로 쉬어지면서

가벼워지더이다.

 

내친김에 천호대교를 걸어서 건너본다.

다리 아래를 보면... 어지럽다.

출렁이는 물을 오래 보면 몸도 마음도 어지럽다.

그래서 조상들은 배산임수라 하더라도

물을 바라보는 냇가 앞에는 나무를 줄줄이 심었다.

물이 흐르는 것은 좋으나

그 출렁거리는 물을 오래 바라본다는 것은 나를 어지럽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나무를 심어 그를 극복하였다 하더라...

맞는 말이다.

 

 

그리고 우연히....

천호동에 있는 강풀만화거리를 우연히 만난다.

 

 

강풀...만화...

참 이쁘고 감명 깊게 읽었던 만화책...기억이 난다.

그리고 만화 '바보'의 주인공이 승룡이었다는 것을

이 거리를 거닐며 다시 떠올렸다.

바보,,, 승룡이...

 

승룡이네 집에서 커피나 쥬스 한 잔 시키고서는...

 

2층으로 올라간다.

 

2층에는 다양한 옛날 만화를 공짜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볼 수 있단다.

그런데 2층에 아무도 없다.

그래서... 2층에 앉아

강풀의 만화를 꺼내 읽었다.

 

 

바보를 다시 읽으며

나도 아주 어렸을 적...

바람과 풀 하고도 이야기하던 그 시절의

순수... 그 때와 겹치며 눈시울 붉어진다.

2층에는 여전히 나 혼자 였다.

그렇게 읽다보니

해가 이미 지고

밤이 기어왔다.

바람이 불어와 젖은 눈을 말려주고,,,,

어서와라는 승룡이의 말에 다시 오마라고 작별한다.

 

 

어느 마음 무거운 날에는

둘레길에서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고

큰 숨 쉬고 멀리 봤으면 한다.

어느 마음 아픈 날에는

작은 골목길을 걸어가며

바보 승룡이, 아니면 순정 만화의 사람들을 떠올리고

그래 그래... 괜찮아 괜찮아...라며

토닥토닥 위로 하고 왔으면 한다.

내 눈도 맑아지게...

 

-2019년 2월 어느 추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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