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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쓴 雜說

지리산둘레길 : 하동호-삼화실

by 얄라셩 2019. 2. 25.

하동호에서 삼화실까지 지리산 곁을 걷는 길

이 글에서는 내가 만난 풍경과 단상 위주로 펼쳐보고자 한다.

이 구간에서는 상존티마을회관에서 삼화실로 가는 길만 잘못들지 않으면 될 듯...

그 길은 옛날 아이들이 재를 넘고 넘어 삼화국민학교(삼화초등학교)로 등하교하던 길이다.

  

 

아침 이 길을 보며 다시 생각했다.

어제 숙소를 정하지 못해 더 갈까 하다가 관점마을가지 갔다가 다시 평촌마을로 돌아왔다.

날이 저물려고 하는데 내 욕심으로 갔다가는 어둠에 길도 나도 잃어버릴 수 있었다.

아침해를 보니 더욱 그러하였다.

 

산에 오면 멈추게 된다
욕심을...
어제 날 저무는데
욕심내다 더 걸었으면
어둠에 길도 나도 갇혔을터
...
산에서는 멈출 때 멈출 수 있어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니 더욱 그러하다.
다행이다. 멈춰서...

 

다시 걷는 이 길이 참 좋았다.

 

 

 

 

 

 

 

# 하존티-상존티

 

하존티.상존티 갈림길 버스정류장 정자에 앉으니
광* 복분자 상자가 있다.
여기 머물다 가는 동네 어르신들
드시라고 누군가 놔둔 듯..

정자 위로 바람이 분다.

 
눈물이 나려한다.
일어나 가야겠다.

 

굴뚝 연기 나고... 집 세 채가 사이좋게 햇볕받고...

 

상존티 마을회관에서 좌우로 갈라지는 길이 있다.

이 길을 조심해야 한다.

왼쪽으로 가면 태초의 옛길이 나타난다.

그 산길을 올랐다가 바라본 마을이 아주 작아졌을 때

길은 막히고,,,, 다시 내려왔더랬다.

 

삼화실 가는 길을 잘못 잡아
산으로 가버렸다.
닦이지 않은 산길
헤치며 가다보니
이런 길을 아이들이 등하교했다고?
이 길... 너무 험한데..생각하다
길이 막혀 돌아내려왔다.
산.이. 내.게.
이런 길도 있다
태초의 인간이 걸었던 길
이제는 나뭇잎이 덮고 있지만
이 길도 산이 그 옛날 인간에게 내어준 길이라고.
그리고
산길을 가다
생각해보라고
이 길이 진짜 가야할 길인지...
곳곳에 전하는 신호가 있다고
그 길이 맞으면 씩씩하게 헤쳐나가고
둘러보고 넓게 보아도
이 길이 아닌 다른 길이라면
내려가라고.

넓게 멀리 보면
많은 길이 있다고...
산이 그렇게 내게 깨우쳐 준다.
산을 내려와
밭일 가시는 어르신께 여쭈어본다.
삼화실가는 길이 저길인가요?
그렇단다.
그리고 내가 올라간 그 길도 옛날에는 아이들이 학교가는 길이었단다.
이제 잘 닦인 좁은 길이 생겨 잊혀지고 있지만.
길에서 어르신을 만나면
고맙고 안심이 된다.

 

 

소담정... 웃으며 담소를 나누는 상존경로당을 지나야

그 옛날 아이들이 등학교하던 길로 이어진다.

 

명사마을 지나
하존티. 상존티 마을 아이들은
그 옛날 그 많은 언덕 재. 티를 넘어
삼화초등학교까지 등하교 했단다.
우리 누나가 횡천으로 등하교했듯이...
긴 시간들이다.

 

 

 

 

삼화초등학교... 지금은 삼화에코하우스로 탈바꿈하고선

길 가는 나그네가 잠깐 쉬었다가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 삼화실

복사꽃, 살구꽃, 배꽃이 피어나는 여러 동네를 일컬어 삼화실이라고 불렀단다.

 

 

삼화실.
고향 하서마을.
지리산
이 산줄기에 기대어
내가 태어나고 자랐다.
산이 있어줬다.

 

 

 

 

삼화실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서 인사드리고
하동읍으로 간다.
삼화실-대축길 가다 읍으로 틀었는데
다시 둘레길 만난다.
생각해보면...
스페인 까미노길. 순례길보다
한국의 길
지리산둘레길 도는게
순례길과 다를바 없다.
오히려
역사와 자연, 사람을 만나는 길이
이 길이다.

 

 

저 멀리까지 펼쳐진 산능선이 좋다.
지리산... 그 산골 사이 사이에 사람이  산다. 

 

무거운 가방, 무거운 몸 일으켜
다시 간다.
바람처럼
마음은 가볍다.

마을길에서 만나는 어르신께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길 물으면
옛길, 새로운 길을 알려주신다.
이 또한 만남이다.

 

#하동(河東)역

옛 하동역

 

 

새로운 하동역

 

 

옛 하동역은 사람이 사는 거리에 가까웠다. 느리게 가는 기차는 사람의 호흡과 조율을 하였으리라...

그리고

새로 만들어지는 하동역은 사람이 사는 거리에서 많이 멀어졌다. 쉽게 가기에는 멀게만 느껴진다.
빠르게 가는 기찻길은 사람이 사는 거리에서 멀리 있다.
빠르면 시간은 단축되지만 사람이 지워진다.
조금은 더디게 가더라도 사람이 지워지지 않는 세상... 그런 세상을 걸으며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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