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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쓴 雜說

지리산 둘레길 : 위태-하동호

by 얄라셩 2019. 2. 24.

간만에 길을 떠났다.

아니 길에 안겨보았다.

지리산  둘레길....

대중화 되기 전에 혼자서 혹은 몇몇 오블지기와 함께

최초로 생긴 남원과 함양을 잇는 길을 걸었었다.

그 사이 실상사가 있었고...

그때의 구간과 지금의 구간은 다르게 나뉘어졌다.

그대 만났던 이들도 다른 길에서 각자 열심히 걸어가고 있겠지...

이번 겨울... 이상하게 따신 햇살...하지만 미세 먼지가 안개처럼 떠다니는 날...

지리산의 흙을 디디며 안겨 힘을 얻고 싶었다.

그 길에서의 단상 몇을 이곳에 펼쳐본다.

 

 

여기에 적는 글은 길을 가며 지리산이 나에게 들려준 바람같은 소리일 것이다.

 

 

시골의 버스 기사님은 참 친절하다.

길을 물으면 아시는 만큼 알려준다.

가만히 듣고 있는 할머니도 거들어주고.

위태 어디에서 시작할지 몰라하는 나에게

기사님은 푯말 있는 곳까지 데려다주고 가신다.

길 위에 있으면 사람에게 신호를 해야한다.

말을 건네면 소통이 이어진다.

여행의 시작이다.

 

 

 

간혹 냇가에 있는 저 바위도 그 옛날 기존의 화강암에 또다른 마그마가 뚫고 들어왔다. 그 과정에서 기존 암석의 파편을 끌고 들어와 새로운 흔적(포획암)을 남긴다.

오래전 긴 시간, 그리고 거대한 힘의 흔적이 저 냇가 바위에 있다.

 

지리산 둘레길은 마을회관을 지난다. 무더위 쉼터가 있고, 그곳에서 잠깐 쉬어가게 마을 주민이 허락해주었다.

 

산을 넘어갈 수 없으면
산을 돌아서 가면 되지
산을 끼고 간다
지리산 둘레길ㆍ

 

 

누가 고장난 자전거를 버려두고 간 줄 알았다.

자전거 옆에 아래와 같은 쪽지가 있었다.

 

 

 

내고향 지리산
참 깊고 깊다
나도 깊고 깊되
사람이 포근히 들어와 살 수 있는
그런 산이 될 수 있을까?
궁항마을 너머 재 향하며...

 

 

 

나본마을

 

나본마을은 하동호 입구에서 바라보는 풍경보다 더 운치있었다.

민박도 그러하고...

하동호를 꼭 보고 싶었다.

산 위에 호수가 있다니... 지리산의 물줄기가 모여... 호수를 일군 사람들...

 

 

 

 

사실 겨울철은 지리산 둘레길 동절기 정비 기간이다.

지리산 홈페이지에 있는 민박정보는 동절기에 열지 않는 곳이 꽤 있다.

많이 걸었다 민박을 구하지 못해 다시 몇 킬로 걸어와 잡은 지리산 산장 민박...

동동주와 손두부 맛이 일품이다.

시설은 조금 불편할지라도.... 아침도 맛나고... 시골 인심과 맛이 있다.

 

저기 물 속에 잠긴 나무를 오래 바라보았다.

물에 잠기기 전에 참으로 키 높은 나무였겠지..

혼자가 아니라 다른 나무와 같이 있으니 새로운 풍경을 이룬다.

그리고..

둘레길 지나는 이 한 명도 없었던 그 길..

힘들게 산을 오르고 내려가면서...

들었던 생각.


 

산은
공평함을 깨우쳐 준다.
내가 걷는 내리막길은
반대편에서 오는 이에게는 힘겨운 오르막일테고
내가 힘겹게 오르는 가파른 길은
반대편의 이에게는 조금은 편한
내리막길이었을터.
산은
그렇게 공평함을 일깨워 준다.

 

하루 그렇게 이어졌다.

오늘 함께 한 길...

 

참고로 지리산 둘레길 정보는 http://jirisantrail.kr/ 

이곳에 자세히 나와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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