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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지구의 과학+Plus

2. 작으나 위대한 존재

by 얄라셩 2025. 11. 11.

'안녕, 지구의 과학' 2장은 작으나 위대한 존재, 모래에 대한 이야기였다.
커다란 바위가 부서지고 마지막까지 남은 작은 암석인 모래... 그 모래를 구성하는 주성분이 이산화규소...
실리카라고 일컫는 이 성분 중 주목한 것이 규소. 실리콘밸리의 그 규소
반도체의 핵심 원료....

작고도 작은 모래가 실제는 강한 것이었고, 그 쓰임새 또한 놀랍게도 다양하고 최첨단의 소재가 된다는 것...

모래로 둘러싸인 곳... 사막
 

북경 천막사막의 모래

돌, 암석에 관한 수업을 할 때
김수영의 시 '어느 날 고궁古宮을 나오면서'의 한 구절을 들려준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오십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이십원 때문에 십원 때문에 일원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일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1968. 11. 4>
출처 : 김수영 전집 '시'

 
2021년은 김수영 시인 탄생 100주년이었다.
한겨레 신문에서 우연히 그의 소식 ‘거대한 100년, 지금 그를 다시 읽는 이유’를 읽었더랬다.
한마디로 그의 문학적 명예는 사후에 식물처럼 느리게 그러나 쉼 없이 무럭무럭 자랐다고 쓴다.
그의 시와 산문 전집을 엮은 노교수는 김수영은 시대에 저항하고, 옳은 것을 옳다고 말하는 그의 올곧은 선비 정신’이 한국의 지식인의 전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한다.

김수영의 시를 대학 때부터 좋아해서 그의 시 전집과 산문 전집을 사고 몇 번이고 읽곤 했다.
풀과 자유, 저항이 스며있는 시인의 글이 난해하면서도 낯선 시선이 어려웠다.
하지만, 그의 시 ‘생활’에서 “생활은 고절이며 비애이었다. 그처럼 나는 조용히 미쳐간다. 조용히 조용히....”라며 살아가는 고달픔을 솔직하면서도 냉정하게 내뱉었다.
그의 시어와 산문집에서 아내와 계란 한 판을 두고 서로 싸우는 그 인간적이고 솔직한 모습이 그냥 좋았었다.
대학 때 산 전집의 겉면에는 ‘11월 그 햇살 속에서’라고 흘리듯이 연필로 적어놓았다.
늦가을, 그의 시가 나에게는 왠지 모를 따스함과 위안을 주었는가 보다.

그리고 그의 시 중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의 시구가 늘 마음 한 켠에 남아 있었다. 살면서 나 역시 저와 같은 말을 되묻고는 했으니까...
하지만, 자연 과학 아니 자연에서의 모래가 어떤 존재인지는 인문학과는 다른 관점에서 해석된다.
그래서, 지질에 대한 수업에 들어갈 때는 이 시로 문을 열게 된다.
일명 돌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먼저 모래가 어떻게 우리에게 다가왔을까를 생각해 본다.
모래로 가득한 곳, 없이 펼쳐진 모래의 광야인 사막을 떠올린다.
사막 한가운데 서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예전 중국 북경한국학교에서 근무할 때 중국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신장이란 뜻은 새롭게 넓힌 땅이라 한다.
 

중국 신장위구르 타클라마칸 사막과 주변 지형 그리고 사람의 길

 

창밖으로 보이는 메마른 초원에서 풀을 뜯어 먹는 양과 양치기를 지나고, 바위에서 풍화되고 작아진 흙을 쌓아 토성을 만들어 나라와 공동체를 지킨 유적과 그 돌 사이로 길을 만들어 사람과 문명이 지나고, 그 길을 이어가다 보면 사막을 만났더랬다. 그 사막으로 가는 길은 하늘이 참으로 파랬다.

아주 큰 암석이 풍화 침식을 받아 작은 돌이 되는 풍경은 광주 무등산의 서석대과 너덜지대에서도 만날 수 있다.

무등산 서석대와 너덜지대의 너덜겅(돌강)
비슬산의 너덜겅과 돌강 ⓒ영남일보

 
무등산의 서석대는 화산재가 엉켜 형성된 응회암이 급격한 온도 차이로 주변부가 떨어져 나가 형성된 기둥 모양의 절리 즉, 주상절리이다. 그 주상절리가 오랜 세월 온도차 등에 의한 풍화작용으로 부서져 너덜겅 또는 돌강이 된 것이다. 그 이름이 이쁘다. 너덜겅은 돌이 많이 흩어져 덮인 비탈이고, 돌강은 말 그대로 돌의 강이란 뜻이다.
비슬산을 이루는 화강암은 한반도에 공룡이 뛰어놀던 중생대 말 백악기 때 깊은 땅속에 뚫고 들어온 마그마가 굳어 형성됐다. 이 어마어마한 암석 덩어리는 그 위를 덮고 있던 지층과 지표 물질이 깎여나가면서 차츰 지표 가까이로 나왔을 것이다. 억눌렸던 압력에서 해방된 화강암은 반죽한 빵에 열을 가하면 부풀듯 그렇게 부풀어 오르면서 표면에 균열이 생겼고, 그 틈에 수분이 침투해 땅속에서 화학적 풍화작용을 일으켜 암석을 부스러뜨렸다. 여기에 바람과 얼음 그리고 햇빛이 풍화를 더욱 진행시켰을 것이다. 그 엄청난 크기의 암석은 부서지고 갈라져 지금의 돌강이 되고, 너덜겅이 되었다. 이 돌들은 더욱 풍화 침식을 겪으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바로 흙이 되고 최종적으로 모래가 된다.
자연 과학에서 바라본 모래는
거대한 바위 암석이 깎이고 깎여 마지막까지 남은 풍화에 가장 강한 것이다. 모래는 작지만 강한 존재이다.
그래서인지 김수영의 시에서 언급한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 정말 얼마큼 적으냐”라며 하얀 눈 위로 기침 가래를 뱉듯이 소리친 대목은 그래서 읽는 이에게는 역설적이었다.
모래는 작지 않고 강하다고, 그리고 김수영 시인 당신께서도 강하다. 그러니 조금 더 힘내서 가보자라고 다짐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모래의 거대한 광야인 사막...
신장위구르를 남북으로 가로지는 타클라마칸 사막..
 

타클라마칸 사막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한 가운데는 타클라마칸 사막이 있다. 타클라마칸은 위구르어로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를 뜻이라 한다. 그럴 만도 하다. 사막의 길이가 대략 1000km 이면 우리 한반도의 길이와 맞먹는다.

타클라마칸 사막 한 가운데를 지나는 도로와 유전

 
버스를 타고 사막을 가로 지나면서 찍은 사진이다.
약 1000km 길이에 트럭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뚫어 놓았다.
바람에 움직이는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길이 모래에 덮이지 않게 하는 방법은 단 하나, 아스팔트로 만든 길 양쪽으로 물을 뿌리고 나무가 자라게 하여 길일 묻히지 않게 하는 것이다.
중국이 이렇게 사막에 길을 만든 이유가 참으로 궁금하다. 그 답은 사진에 있었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길 옆 사막과 하늘이 맞닿은 곳에 뾰족한 시설이 있다.
바로 석유를 채취하는 유전이다!!!
사막에 있는 유전이다.
석유는 지질 시대의 바다 생명체가 퇴적되어 형성되는데 그 먼 옛날 이 사막도 바다 밑이었고, 지금 육지로 올라와 사막으로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그 사막의 한가운데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
길을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모래로 덮인 사막은 석유를 담고 있었다.
모래의 또 다른 위대함이다.

그리하여, 모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작고 작은 것. 하지만 참으로 강하고 위대한 것. 
 
모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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