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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스케치

구두신발수선

by 얄라셩 2025. 8. 17.

비가 많이 왔더랬다. 더웠고...
그리고 2025년 북경과 열하의 거리는 예전보다 더 습한 날씨였다.
답사의 끄트머리에서 오래된 나의 샌들은 미끌거리며 하나씩 매듭끈이 떨어져 나갔다.
그 끈 하나가 나의 발을 지탱해 줬으면 떠난 다음에 알게 되는 것은
신발이나 우리네 인생사나 매 한가지이구나.
그래서 떨어진 끈의 샌들을 조심조심 걸으며 한국 집으로 왔다.
한국의 여름은 여전히 한창이다.
더운 여름... 독서실을 가면서 혹시나 서울 개포3동 이 동네에 신발수선하는 가게가 있을까? 하며
이 거리 저 거리 골목을 찾아다닌다.
동네 사람들한테 물어봐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 이 동네는 없나 하며 포기하려 할 때
문득 저어기 사거리에 박스형 가게가 있던데... 혹시 그 가게가 열쇠 아니면 수선집 아닐까 싶어
가 보았다. 신발수선집이다!!!
 


 
안에는 아주머니 한 분이 구두를 수선하는 것을 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사장님께 샌들 수선도 되냐고 하니까
지금 손님 수리해야 하고, 샌들을 보시더니 이것은 좀 맡겨놓고 가야겠다라며 말씀하신다.
다른 신발을 준비하지 못한 관계로 조금 있다 다시 오겠다며 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5시 조금 넘어가니... 어느 손님 수선이 막바지였다.
기다렸다 샌들을 건네고 수선집 사장님께서 이리저리 보시더니
오래되었네... 잘 신었고.... 바닥 틈 사이가 벌어진 것 보니 물이 새어 들어서 접착이 떨어져 나갔군요..
수선해 봅시다. 라며 바로 작업에 들어가신다.



수선하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조용히...
한참 수선에 열중하던 사장님의 탄탄한 근육이 보였고,
열정적이면서 문제의 원인과 해결 방향을 짚어나가신다.
그리고, 즐거운 목소리로 얘기를 하신다.
"어디를 자주 여행 다니셨나 봐요?"
내가 대답한다.
"예.. 이번 여름이 열하일기 답사를 다녀왔더랬습니다. 그 과정에서 샌들에 문제가 생겼고요.."
사장님 " 연암 박지원요? 아 그 유명한 분의 길을 다녀오셨네요!"
라며 하신다.
하나의 공통 대화 주제가 생겼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는
사장님은 가난했지만 대구고에 다녔고, 마도로스가 될 수 있는 부산의 한 대학에도 갔는데
사정상 중퇴를 해야 했다고 한다.
근육이 정말 자연스럽게 튼튼하다고 말씀드리니
최근 교회에서 시행할 제기차기 대회를 준비 중이시란다. 처음엔 5개밖에 못 찼는데
지금은 3-40개는 거뜬하게 차신단다.
이 근육은 젊었을 적 노동의 선물이고, 지금은 재밌게 하는 제기차기 놀이와
천직인 수선 일을 하며 때론 35층 아파트를 오르내리면서 키운 근육이라 하신다.
젊었을 적 탄탄한 몸 근육을 보여주시겠다며 휴대폰의 사진을 보여주시는데
이소룡 닮았고, 때로는 파마를 한 모습은 권투선수 장정구 같기도 했다.
어떤 인생을 어떻게 살며 오셨는지 모르지만
얼굴을 보면 밝고 선하고 유쾌하면서 삶의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분 같다.
연금 85만 원을 받으면서도
당신보다 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커피 한 잔 사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지신 분이시다.
무엇보다
실력이 꼼꼼하고 출중하였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샌들의 틈과 곧 닥칠 끈의 떨어짐까지 관찰하시고 치료까지 해주신다.
가격도 이렇게 많은 일을 하셨는데, 5천 원만 받으신다.



신발 수선뿐 아니라 말씀이 하도 재밌고 고마워서 사진 한 장을 부탁했다.^^
오래간만에 고마운 분을 만났고,
샌들은 새로운 생명의 끈을 달았다.
서울 강남구의 개포 3동 부자 동네 거리 위 작은 철상자 가게가
이 분의 보람찬 삶이 우리네 삶과 이어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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